콘클라베(2025)
{저를 교황으로 뽑아주시면 햄버거를 돌리겠습니다) (와 뽑자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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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clave
★★★★☆ 4/5




일하려고 온 카페에서 일은 하지 않고 리뷰를 쓰기 시작함

물론 시간이 지나면 감상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일단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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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적인 전개, ,

종교인은 진짜 신앙만으로 행동할까?아닐걸?ㅋㅋ? 이러고 진짜 아닌놈들이 나옴...

 

천주교 모태신앙이긴 하지만 신앙이 깊은 건 아니라서 콘클라베에 대해서는 처음 들어봤음. 차기 교황을 뽑는 투표 제도라고 합니다. 투표가 끝날 때까지 추기경들을 수능 출제 위원처럼 가둬둔다네요...

 

일단 초중반까지 유력한 추기경 후보로 거론되는 건 아데예미/테데스코/트랑블레 정도

그 중에서도 테데스코는 극보수꼰대태극기할배로... 테데스코가 교황이 되면 몇십년에 걸친 진보를 모두 잃게 될 거라고 좌파할배들이 걱정하는 모습이 계속 나온다. 이 부분에서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가 자극되어 약간 심란하기도 했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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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단위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콘클라베의 관리를 맡은 로렌스 추기경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투표 - 오후(대개 이 부분에서 누군가 로렌스에게 고발을 하거나, 로렌스가 직접 추궁하러 간다. 근데 해결이 안됨.) - 다음날 아침식사(어제 해결안된 놈과 드잡이하는 시간) - 투표 이런 식으로 반복됨

 

하 근데 로렌스가 너무 웃겼음...

제발저한테말하지마세요저ㄹㅇ비밀아무것도안궁금합니다

계속 이러는데 오만 사람이 다 와서 로렌스에게 오제발저를용서하세요저는말하지않겠다는약속을깨게되었습니다...이러고 비밀고백을 함 그러면 로렌스는 어떡해. 이미 알았는데 모른척할 수도 없고 드잡이를 하러가야겠지. 무책임한죄인하나때문에

고해를 함으로써 오히려 죄를 씻었다고 생각하긴 합니다 문제는 타이밍이 너무 공교로웠죠 영화에선 다 잘 해결되긴 했다만

근데 이걸 잘 해결됐다고 볼 수 있나? 그냥 쓰레기짓한 놈들이 교황이 안 되었을 뿐 별 다른 불이익을 받진 않은 것 같음... 트랑블레도 콘클라베 이전에 파면되었으니...

 

추기경들의 정치싸움이 진행되는 동안 그 외에도 계속 카메라에 비춰지는 장면이 바로 수녀들

다음날 아침식사(어제 해결안된 놈과 드잡이하는 시간) 여기서 추기경들의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게 바로 수녀들이다... 수녀들이 내내 요리를 하고, 청소하고, 추기경들이 입씨름을 할 때도 묵묵히 일하는 장면이 계속 나온다

이게 반복되니 나중엔 추기경들이 암투를 벌일 때 그 자리에 수녀가 없다는 사실조차 신경이 쓰임(사실 처음부터 신경쓰이긴 했어요 천주교인으로서 신부-수녀의 권위 차이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ㅋㅋ)

 

그 외에도 가톨릭 내에서 여성과 남성의 위계 차이가 얼마나 공고한지 보여주는 장면이 엄청 많았어요

내내 좋은 종교인, 좋은 사람인듯 나왔던 로렌스가 수녀들의 복지는 자기 일이라고 하는 아녜스 수녀에게 명령하듯 비키라고 하는 장면, 아녜스 수녀의 도움 없이는 복사기도 제대로 못 쓰는 로렌스ㅋㅋ..

어쩌다보니 로렌스만 얘기했는데 로렌스가 아녜스 수녀와 상호작용하는 장면이 많아서 그랬을 뿐, 다른 추기경들도 대놓고 여성혐오적이긴 함 (여성 문제는 제외하자고 대놓고 말하는 추기경이나, 30살에 19살 여성과 스캔들이 있었던 아데예미 추기경;)

 

그럴 거라 예상했지만 중후반부 전개를 보니 당연히 그 모든 건 의도된 바였고... 정말 좋은 느낌을 받았음...

 

무튼 그래서 저는 아녜스 수녀가 제일 좋았네요...

근데 검색해보니 아그네스였네 어쩐지 처음 듣는 세례명이다 싶었음 (아그네스 쪽이 익숙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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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웃음을 지은 천벌(물리) 장면...

 

 

아 쓰다보니 수수께끼의 전학생 베니테스 추기경에 대해 한마디도 안 했네...

결말부 비설공개의 임팩트가 컸기 때문에 그 이전은 잘 기억이 안남 쓰고보니 한 번 더 보고싶네

베니테스는... 수녀들과 마찬가지로 설정 하나하나가 모두 의미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아프가니스탄 출신에, 비설까지... 베니테스 추기경이 나올 때마다 예수님이 소외되고 낮은 자들에게 먼저 임하셨다는 구절이 강하게 떠올랐음

 

오늘날 종교인으로서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잘 생각해보라고 직설적으로 지적해주는 영화라고 생각

우리의 신앙은 의심과 함께 움직이기에 살아있는 것이라는 대사가 정말 좋았음

항상 자신이 옳은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정말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주변인 말로는 이 영화를 '가짜종교인 취저영화'라고 평가한다던데 자칭 '진짜종교인'들이 효과적으로 (이 표현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긁힌 것을 보아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모두 전달되었다고 생각해요ㅋㅋ 음 시원~

 

콘클라베가 행해지는 곳이 시스티나 성당이고 그 벽면을 채운 그림이 미켈란젤로가 그린 <최후의 심판>이라는 것도 너무너무 좋았음... 작은 것 하나하나 의도가 담긴 것 같아 여러 번 보면서 뜯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네요...

 

최근 종교기관 내 정치싸움 묘사에 관심이 많았는데 영화관에서 보길 너무 잘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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